
날씨가 쌀쌀해지고 난방을 시작하면 집 안 공기가 금방 건조해집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가전제품이 바로 가습기인데요.
그런데 가습기 물통에 물을 채우려다 보면 의외로 고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습기에는 수돗물을 넣어야 할까요? 정수기 물이 더 좋을까요?
마시는 물은 정수기 물이 더 깨끗할 것 같고, 끓인 물을 사용하면 세균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생수를 넣으면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사실 가습기에 적합한 물은 물의 종류뿐 아니라 가습기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오늘은 가습기 수돗물과 정수기 물의 차이부터 끓인 물, 생수, 증류수의 특징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가습기 물, 결론부터 말하면?
가습기에 어떤 물이 가장 좋은지 궁금하다면 먼저 초음파식인지, 가열식인지, 자연기화식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속 미네랄까지 공기 중으로 분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미네랄 함량이 적은 증류수가 유리합니다.
반면 가열식과 자연기화식은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제조사가 허용한다면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해당 가습기의 사용설명서입니다. 제품에 따라 권장하는 물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가습기에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하는 이유
국내 가습기 사용 안내에서는 수돗물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 아리수본부에서도 가습기에 수돗물을 사용할 것을 안내한 바 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돗물에 포함된 잔류 염소입니다.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소독 과정을 거치며, 가정에 공급되는 물에도 일정량의 잔류 염소가 남아 있습니다.
이 잔류 염소는 물속에서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일반적인 정수기 물은 여과 과정에서 잔류 염소가 제거되기 때문에 장시간 보관할 경우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돗물을 사용하면 가습기 물통에 세균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돗물 역시 멸균수는 아니며, 물통에 오래 보관하거나 청소를 소홀히 하면 오염될 수 있습니다.
수돗물의 잔류 염소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가습기 세척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3. 초음파 가습기에는 수돗물이 좋지 않다는 이유
그런데 한편에서는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수돗물에 포함된 미네랄 때문입니다.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을 끓이는 대신 진동자를 이용해 작은 물방울로 만들어 분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돗물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함께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습니다.
분사된 물방울의 수분이 증발하고 나면 미네랄 성분이 미세한 입자로 남을 수 있는데요. 가습기 주변 가구나 바닥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 백분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019년 서울대학교 연구진 등이 발표한 '가습기 사용 물의 종류에 따른 공기중 유해물질 농도 평가'에서는 초음파식 가습기에 수돗물, 정수기 물, 멸균증류수를 각각 사용해 공기 중 입자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발생한 입자 수와 질량 농도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수돗물 > 정수기 물 > 증류수
즉, 해당 실험에서는 수돗물을 사용했을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입자가 가장 많았고, 증류수를 사용했을 때 가장 적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특정 초음파식 가습기와 실험 환경에서 측정한 결과입니다. 입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특정 질병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 역시 실제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미네랄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증류수 등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4. 가습기에 정수기 물을 사용해도 될까?
정수기 물은 수돗물보다 더 깨끗할 것 같지만, 가습기에서는 몇 가지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활성탄 필터 방식의 정수기는 잔류 염소를 제거하지만 미네랄 성분은 상당 부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역삼투압(RO) 방식의 정수기는 미네랄까지 상당 부분 제거하기 때문에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미네랄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수기 물은 잔류 염소가 제거된 경우가 많으므로 장시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역삼투압 정수기 물이라도 멸균된 물은 아니기 때문에 가습기 물통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정수기 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정수 방식과 가습기 제조사의 권장사항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끓인 물이나 생수를 사용하면 더 안전할까?
① 끓인 물
물을 끓이면 많은 미생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가습기의 미생물 관리를 위해 끓인 뒤 식힌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하지만 끓인 물이 증류수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물을 끓여도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대부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끓인 물은 미생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초음파 가습기의 미네랄 배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또한 끓인 물을 식히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다시 오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끓인 물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충분히 식힌 뒤 제조사에서 허용하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② 생수
생수는 마시기 좋은 물이지만 가습기에 가장 적합한 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먹는샘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여러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미네랄은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되거나 물통 내부에 침전물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는 백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생수라는 이유만으로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③ 증류수
증류수는 물을 증발시킨 뒤 발생한 수증기를 다시 모아 만든 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미네랄이 제거되기 때문에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미네랄 입자와 물때를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다만 증류수라고 해서 개봉 후에도 계속 무균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류수를 사용하더라도 가습기 물통을 매일 비우고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6. 가습기 물 종류별 차이 한눈에 비교
| 물 종류 | 특징 | 주의할 점 |
|---|---|---|
| 수돗물 | 잔류 염소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데 도움 | 초음파식에서 미네랄 입자 배출 가능 |
| 정수기 물 | 정수 방식에 따라 미네랄 함량이 다름 | 잔류 염소 제거 후 보관 중 오염 가능 |
| 끓인 물 | 끓이는 과정에서 많은 미생물 감소 | 미네랄은 대부분 남아 있음 |
| 생수 | 제품에 따라 다양한 미네랄 함유 | 초음파식 백분 현상 가능 |
| 증류수 | 미네랄 함량이 매우 낮음 | 개봉 후 오염 방지와 물통 관리 필요 |
7. 초음파식·가열식·자연기화식, 가습기 종류에 따른 물 선택
가습기 물을 선택할 때는 사용 중인 제품의 작동 방식도 중요합니다.
초음파식 가습기
작은 물방울을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물속 미네랄과 오염물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미네랄 함량이 적은 증류수가 유리하며, 제조사가 허용하는 경우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 물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열식 가습기
물을 가열해 수증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초음파식보다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양이 적습니다.
제조사에서 허용한다면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가열판이나 물통에 물때가 쌓일 수 있어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뜨거운 물이나 증기로 인한 화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연기화식 가습기
필터 등에 적신 물을 자연적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입니다.
물속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직접 분산되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필터에 미네랄이나 오염물질이 쌓일 수 있습니다.
제조사 권장 물을 사용하고, 필터의 세척 및 교체 주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합식 가습기
가열 기능과 초음파 분사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물을 가열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미생물이 제거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가열 온도와 구조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용설명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8. 가습기 물보다 더 중요한 관리 방법
수돗물과 정수기 물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가습기 물통 관리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휴대용 가습기 물을 매일 교체하고 약 3일마다 세척할 것을 권장합니다.
① 물은 매일 새것으로 교체하기
남아 있는 물에 새 물을 계속 보충하기보다 물통을 비우고 내부를 닦아 말린 뒤 새 물로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② 사용하지 않을 때는 물통 비우기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물을 오랫동안 담아 두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워집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물통을 비우고 충분히 건조합니다.
③ 최소 3일에 한 번은 세척하기
휴대용 가습기는 약 3일마다 세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제조사에서 더 자주 세척하도록 안내한다면 해당 지침을 따릅니다.
특히 물통 안쪽이나 진동자 주변에 물때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④ 가습기 물통에 살균제나 세정제를 넣지 않기
가습기 물통에는 가습기 살균제나 임의의 소독액, 세정제 등을 넣어 가동해서는 안 됩니다.
세척 과정에서 세정제를 사용하더라도 제조사 안내에 따라 사용하고, 성분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궈야 합니다.
⑤ 실내 습도 30~50% 유지하기
가습기를 오래 켜놓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일반적인 실내 상대습도를 30~50% 수준으로 유지하고, 5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합니다.
습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창문에 물방울이 맺히거나 벽면이 축축해진다면 가습량을 줄이고 실내 습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9. 가습기 물에 관한 자주 묻는 질문
Q.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어도 되나요?
제조사에서 수돗물을 권장하는 제품이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음파식 가습기에서는 수돗물 속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Q. 가습기에 정수기 물을 사용하면 세균이 더 많이 생기나요?
잔류 염소가 제거된 정수기 물은 장시간 보관하면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수기 물을 사용한다고 반드시 세균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통 상태와 보관 시간, 세척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Q. 가습기에 생수를 넣으면 더 깨끗하지 않나요?
생수는 음용을 위한 물이지만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음파식 가습기에서는 이러한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Q. 가습기 물을 하루 정도 그대로 두어도 괜찮나요?
사용하고 남은 물은 다음 날까지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통을 비우고 닦아 말린 뒤 새 물로 채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Q. 가습기를 켜면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발생한 미세한 물방울이나 물속 미네랄 입자에 공기청정기 센서가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측정 수치가 올라간 것만으로 실제 건강 위험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가습기 사용으로 미네랄 입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센서가 물방울에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10. 가습기에는 어떤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가습기에 사용할 물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제품의 사용설명서입니다.
국내에서는 수돗물의 잔류 염소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수돗물 사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속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증류수처럼 미네랄 함량이 적은 물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열식이나 자연기화식은 제조사에서 허용하는 경우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물때와 필터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모든 가습기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한 가지 물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습기의 작동 방식과 제조사 권장사항에 맞는 물을 선택하고, 물은 매일 교체하며 물통을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것.
건조한 계절에 가습기를 보다 위생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꼭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